top of page
Artist's Note
2019 Adjective lesson
일상의 단편적인, 빠르게 스쳐 지나가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머릿속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나는 이 이미지들이 순간의 형용사와 함께 수집되고, 기록으로 변환되어 저장된 후 부정확한 기억으로 변형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매일 쌓여가는, 기록들의 저장 공간이 넘쳐흐를 정도로 습관적인 기록 행위는 내 안에서 반응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이미지들을 사용해 어떤 구조를 설정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낯선 환영들이 모여들면서 만들어지는 표정들은 구체적인 장소가 되기도 하고, 모호한 형용사가 되기도 한다. 공통된 형용사를 갖고 있는 이미지들의 구성은 각각의 이미지로써 지닌 유사함에서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도달한 장소에서는 정확히 어떤 형용사라고 분류하기에는 모호함으로 드러난다. 얇고 투명하게 옮겨진 풍경들은 이미지 파편들의 구조를 따라가며 해석하는 자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머릿속에 넘쳐흐르는 이미지들은 모두 특정한 이유에서 기록한 것이지만 기억의 한계로 인해 이 모두를 제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들은 화면에서 이미지로 표출됨으로써 버릴 수 없는 기억에서 일종의 기념비적인 성격으로 바뀌어간다. 그와 함께 나는 기억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난다.
2018 시선번역체 : 포착된 풍경 Sight translator : Captured landscape
‘ 침체되어 있던 웅덩이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트리면 나타나는 모양처럼, 하나의 장면이나 대상을 저장하게 될 때 머릿속은 온통 그 대상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상은 머릿속을 점령하게 되고 나도 그것을 온전히 알게 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혹은 정말로 남들이 모르는 스스로만 아는 대상의 특별한 부분을 찾았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이나 대상으로 소유하게 되었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은 장면들을 마주하게 될 때, 대상은 순간적으로 흘러들어와 수액을 맞는 듯 흡수되고 몸의 일부가 된다. 현재의 나는 시선이 멈춤으로써 점유하게 된 대상을 기록한다. ’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본인 이외의 공간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넓다. 그러나 그 공간들 중 모든 것이 본인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며, 역으로 그곳들 또한 본인을 항상 중요한 개체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관찰자이며 수집가이다.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대상들은 어떠한 상태와 순간 느낌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나는 이 순간의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잡힐 듯 말 듯 한 묘연한 지점은 특정한 강약과 깊이, 흐름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현실에 없는 형상들로써 나타난다. 낯설어서 매력을 느꼈던 대상들은 각각의 요소로 작용하고 배치되어 본인이 해석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
2017 관계적 잔상 Relational afterimage
일반적으로 대상이라고 하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이름과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미지들만을 기억한다. 이런 현상은 점차 확대되어 이제는 ‘이미지를 수집하였다’라는 인증하는 행위에만 의미가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의 본질은 보편적인 이미지들 뒤에 숨겨져 있다. 장소를 예시로 들면 어떠한 장소에 갔을 때, 흔히 알고 있는 이미지들만 보고 온다면 그것은 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미 알고 있는, 흔히들 알고 있는 것들 외에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특정 형용사나 끌리는 단편적인 조각들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해당 공간에서 얻은 이미지들은 수집한 뒤 재구성함으로써 관계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집된 이미지들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전혀 알 수 없다고 느끼거나 일정 부분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이용하는 나의 작업은 공간이 주는 다르고도 유사한 공통분모를 통해 장소-순응적 현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목표한다. 장소 혹은 대상에 도달하는 어떠한 시선에 아무 미동도 없기보다는 각자 존재하는 반응을 끌어내고자 한다. 머릿속에 존재하다 무작위로 다시 재생되는 이미지 파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며 구조적으로 뒤엉켜 화면으로 나타난다. 이런 과정에 따라 나타난 이미지들은 일종의 신기루로 볼 수 있으며 실제 장소와 유사하면서도 어딘가 어지러운 공간이 되어 현실에서 벗어난다.
bottom of page